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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도보 여행 코스 8선 | 동네별 반나절 코스

파리는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걷는 편이 훨씬 나은 도시입니다. 한 정거장 사이에도 볼 것이 대여섯 개씩 있어서, 지하로 내려가는 순간 그 사이를 통째로 지나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같은 구역을 두 번 왕복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파리 시내를 동네 단위로 나눠, 한 번에 반나절씩 끊어 걸을 수 있는 코스 여덟 개로 정리했습니다. 코스마다 시작·도착 지하철역과 실제 걷는 거리, 관람 시간까지 계산해 두었으니 마음에 드는 동네부터 골라 보세요.
코스 한눈에 비교하기
코스지역거리소요성격
몽마르트르, 반 고흐의 색이 밝아진 언덕18구 몽마르트르2.0km약 3시간첫 파리 · 전망 · 예술 · 사진
벨 에포크, 로트레크가 포스터를 그리던 거리18·9구 피갈~오페라3.2km약 3.5시간예술 · 건축 · 공연 · 근대사
시테섬, 왕궁이 감옥이 된 자리1·4구 시테섬2.5km약 4시간역사 · 건축 · 첫 파리 · 필수
생제르맹, 앉아 있으라고 만든 코스5·6구 좌안2.3km약 3시간카페 · 문학 · 쇼핑 · 휴식
루브르에서 콩코르드까지, 한 줄로 뻗은 왕의 축1구 루브르·튈르리2.4km약 3.5시간필수 · 건축 · 미술관 · 사진
방돔에서 캉봉까지, 모자 가게에서 시작된 샤넬1·8구 방돔·마들렌2.9km약 2.5시간패션 · 쇼핑 · 근대사 · 건축
마레, 오스만의 곡괭이를 피한 중세 골목3·4구 마레2.8km약 4시간골목 · 역사 · 미식 · 사진
라탱 지구, 로마 원형극장이 놀이터가 된 동네5·6구 라탱3.4km약 4시간역사 · 로컬 · 영화 · 휴식
1. 몽마르트르, 반 고흐의 색이 밝아진 언덕
12345678910100m
뤼 르픽 54번지는 반 고흐가 동생 테오와 2년을 산 집이고, 그의 색채가 눈에 띄게 밝아진 것이 이 시기입니다. 몇 골목 건너에서는 피카소가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렸고, 르누아르는 풍차 아래 무도장을 그렸습니다. 몽마르트르는 그 화가들이 값싼 방을 찾아 모여들던 언덕이고, 이 코스는 그 방과 아틀리에, 카바레를 아래에서 위로 훑으며 사크레쾨르에서 끝납니다. 반대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면 골목을 하나씩 올라가며 시야가 트이는 맛이 사라지고, 가장 좋은 전망을 맨 처음에 써 버리게 됩니다. 오르막이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아래에서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아베스 광장에서 출발해 사크레쾨르 대성당에서 끝납니다. 2.0km · 지점 10곳 · 약 3시간 · 보통. 몽마르트르, 반 고흐의 색이 밝아진 언덕 자세히 보기
2. 벨 에포크, 로트레크가 포스터를 그리던 거리
123456789250m
툴루즈 로트레크는 뤼 투를라크 5번지 아틀리에에서 물랭루즈 포스터를 그렸고, 그 포스터가 19세기 말 파리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이 코스는 그 시절의 무대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며 잇습니다. 드가와 니진스키, 스탕달이 잠든 묘지에서 시작해 영화 <아멜리에>의 카페와 1889년 문을 연 캉캉의 발상지, 에디트 피아프가 무명 시절 오가던 뒷골목을 지나, 샤갈의 천장화가 걸린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끝납니다. 몽마르트르 코스가 끝나는 자리에서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오전에 언덕을 걸었다면 오후에 자연스럽게 붙여 걸을 수 있습니다.
몽마르트르 묘지에서 출발해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끝납니다. 3.2km · 지점 9곳 · 약 3.5시간 · 보통. 벨 에포크, 로트레크가 포스터를 그리던 거리 자세히 보기
3. 시테섬, 왕궁이 감옥이 된 자리
12345678910250m
같은 건물이 왕궁이었다가 혁명기에 감옥이 되었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마지막 76일을 보낸 방이 그 안에 재현되어 있습니다. 바로 옆 생트샤펠은 벽 대신 스테인드글라스 열다섯 폭이 2층 예배당을 감싸, 파리에서 가장 압도적인 실내로 꼽힙니다. 시테섬은 파리가 시작된 자리라 그런 것들이 2.5km 안에 몰려 있습니다. 이름은 '새 다리'인데 실제로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퐁뇌프, 2019년 화재 뒤 다시 문을 연 노트르담, 폭 3m짜리 중세 골목과 강변의 헌책 노점까지. 볼거리 밀도가 가장 높은 구간이라 걷는 거리는 짧은데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들고, 안까지 들어가 보게 되는 곳이 세 군데라 반나절을 통째로 비워 두는 편이 좋습니다.
스퀘어 뒤 베르갈랑에서 출발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끝납니다. 2.5km · 지점 10곳 · 약 4시간 · 쉬움. 시테섬, 왕궁이 감옥이 된 자리 자세히 보기
4. 생제르맹, 앉아 있으라고 만든 코스
12345678200m
걷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긴 코스입니다. 르 프로코프는 1686년에 문을 연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볼테르와 루소가 드나들었고, 되 마고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자리였으며, 바로 옆 카페 드 플로르의 2층은 지금도 글 쓰는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그 사이를 6세기에 창건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과 치즈·과일·꽃 가게가 이어지는 시장 골목이 메웁니다. 마음이 가는 곳에 들어가 쉬다 나오면 되고, 마지막 퐁데자르에서 루브르 쪽으로 해가 지는 것을 보면 끝납니다. 며칠씩 걷는 일정 중간에 체력을 회복하는 날로 넣기 좋습니다.
생미셸 분수에서 출발해 퐁데자르에서 끝납니다. 2.3km · 지점 8곳 · 약 3시간 · 쉬움. 생제르맹, 앉아 있으라고 만든 코스 자세히 보기
5. 루브르에서 콩코르드까지, 한 줄로 뻗은 왕의 축
12345678910250m
카루젤 개선문의 아치 사이에 서면 루브르에서 콩코르드, 개선문, 라데팡스까지 한 줄로 뻗은 '왕의 축'이 눈으로 보입니다. 이 코스는 그 선을 따라 걷는 구성이라, 루브르 내부 관람은 따로 떼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혁명의 여론이 처음 끓어오른 회랑 정원, 유리 피라미드가 정면으로 보이는 루브르 회랑의 카페, 달리가 30년을 묵은 호텔을 지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된 광장에 닿습니다. 마지막 3,300년 된 이집트 오벨리스크 앞에서 뒤돌아보면 걸어온 축이 한 줄로 정리되고, 걷는 내내 시야가 트여 있어 사진이 잘 나옵니다.
팔레 루아얄 정원에서 출발해 룩소르 오벨리스크에서 끝납니다. 2.4km · 지점 10곳 · 약 3.5시간 · 쉬움. 루브르에서 콩코르드까지, 한 줄로 뻗은 왕의 축 자세히 보기
6. 방돔에서 캉봉까지, 모자 가게에서 시작된 샤넬
12345678910250m
샤넬은 1910년 캉봉 21번지의 모자 가게에서 시작했고, 열 걸음 떨어진 31번지가 최초의 부티크이자 지금도 본점입니다. 위층에 거울 계단과 그가 쓰던 아파트가 그대로 있습니다. 이 코스는 20세기 패션이 어느 건물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순서대로 따라가는 구성이라, 상점에 들어가지 않고 겉만 보며 걸어도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나폴레옹이 왕당파를 향해 포를 쏜 계단의 총탄 자국, 노획한 대포를 녹여 만든 방돔 광장의 기둥, 아르누보 실내가 원형 그대로 남은 벨 에포크 사교계의 식당, 1900년 만국박람회장으로 지은 유리와 철골의 돔이 차례로 이어집니다.
르 그랑 베푸르에서 출발해 처칠 동상에서 끝납니다. 2.9km · 지점 10곳 · 약 2.5시간 · 쉬움. 방돔에서 캉봉까지, 모자 가게에서 시작된 샤넬 자세히 보기
7. 마레, 오스만의 곡괭이를 피한 중세 골목
123456789101112250m
19세기 오스만이 파리를 헐고 큰길을 낼 때 마레는 비껴갔습니다. 그래서 목조 골조가 그대로 드러난 14세기 가옥, 지금은 학교 운동장 담으로 쓰이는 12세기 성벽, 뾰족한 탑이 남은 중세 대주교 저택이 아직 서 있습니다. 그 위로 17세기 귀족 저택과 유대인 지구, 요즘 갤러리가 한 블록 안에 겹쳐 있어 몇 걸음마다 분위기가 바뀝니다. 강제 이송된 76,000명의 이름이 벽에 새겨진 무료 기념관, 팔라펠 가게가 양쪽으로 늘어선 좁은 골목을 지나, 36채가 같은 붉은 벽돌 파사드로 정렬된 1612년의 보주 광장에서 끝납니다. 그 광장 한 모서리가 빅토르 위고가 살던 집입니다.
파리 시청에서 출발해 오텔 드 수비즈에서 끝납니다. 2.8km · 지점 12곳 · 약 4시간 · 쉬움. 마레, 오스만의 곡괭이를 피한 중세 골목 자세히 보기
8. 라탱 지구, 로마 원형극장이 놀이터가 된 동네
1234567891011250m
1세기에 지은 로마 원형극장이 지금은 동네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는 광장입니다. 매표소도 울타리도 없이 그냥 열려 있습니다. 라탱 지구는 그런 식으로 유적과 생활이 섞여 있는 구역이라 관광객이 비교적 적고 파리 사람들의 생활이 남아 있습니다. 로마 시대 목욕탕 위에 세운 중세 저택과 <여인과 유니콘> 태피스트리, 철골 아치가 그대로 노출된 1851년 열람실, 헤밍웨이가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 쓴 광장, 데카르트와 파스칼이 살던 계단 골목이 차례로 이어집니다. 마지막 뤽상부르 공원에서는 초록 철제 의자를 원하는 자리로 끌어다 앉는 것이 파리식 사용법입니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구간이 있어 다른 코스보다 체력을 조금 더 남겨 두고 걷는 편이 좋습니다.
클뤼니 중세 박물관에서 출발해 뤽상부르 공원에서 끝납니다. 3.4km · 지점 11곳 · 약 4시간 · 보통. 라탱 지구, 로마 원형극장이 놀이터가 된 동네 자세히 보기
하루 일정으로 묶는 방법
오전 한 코스, 오후 한 코스가 기본 단위입니다. 아래는 이동이 가장 적게 나오는 조합입니다.
일차오전오후이유
파리 첫날시테섬, 왕궁이 감옥이 된 자리 (약 4시간)생제르맹, 앉아 있으라고 만든 코스 (약 3시간)시테섬에서 강만 건너면 바로 이어집니다. 오전에 성당과 감옥을 보고 오후에 카페에 앉는 순서라 체력 배분도 자연스럽습니다.
파리 둘째날몽마르트르, 반 고흐의 색이 밝아진 언덕 (약 3시간)벨 에포크, 로트레크가 포스터를 그리던 거리 (약 3.5시간)언덕에서 내려와 피갈로 이어지는 연속 동선입니다. 묘지와 미술관이 일몰 전에 닫으므로 오후 코스를 너무 늦게 시작하지 마세요.
파리 셋째날루브르에서 콩코르드까지, 한 줄로 뻗은 왕의 축 (약 3.5시간)방돔에서 캉봉까지, 모자 가게에서 시작된 샤넬 (약 2.5시간)둘 다 1구라 이동이 거의 없습니다. 루브르 내부 관람을 넣을 계획이라면 오후 코스를 빼고 미술관에 반나절을 쓰세요.
파리 넷째날라탱 지구, 로마 원형극장이 놀이터가 된 동네 (약 4시간)마레, 오스만의 곡괭이를 피한 중세 골목 (약 4시간)마레는 일요일에도 상점이 여는 드문 구역입니다. 일정에 일요일이 끼어 있다면 마레를 그날로 옮기세요.
다만 라탱 지구, 로마 원형극장이 놀이터가 된 동네(약 4시간)은 내부 관람이 많아 그 자체로 하루의 대부분을 씁니다. 이 코스가 낀 날은 나머지 반나절을 비워두거나, 관람 시간이 긴 지점 한두 곳을 빼고 걷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마무리
여덟 코스를 모두 걸으면 파리 시내에서 볼 만한 곳은 대체로 채워집니다. 다만 하루에 두 코스씩 밀어 넣는 일정은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파리는 카페에 앉아 흘려보내는 시간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여행이 되는 도시라서, 하루 한 코스만 잡고 나머지 시간을 비워 두는 편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